Evolution Mus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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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WETTON DOWNES

  
 아티스트 : WETTON DOWNES
 타이틀 : Icon II : Rubicon
 장   르 : Hardrock
 트랙리스트1. The Die Is Cast  
2. Finger On The Trigger  
3. Reflections (Of My Life)  
4. To Catch a Thief  
5. Tears Of Joy  
6. Shannon  
7. The Hanging Tree  
8. The Glory Of Winning  
9. Whirlpool  
10. Rubicon  
11. The Harbour Wall (Bonus Track)
 음반소개The Second Advent of ASIA
WETTON & DOWNES: ICON II - Rubicon


  프로그레시브 록 계에서 수십 년간 잊혀지지 않는 이름들이 있다. 그 중에는 브라이언 이노(Brian Eno)나 로버트 프립(Robert Fripp)과 같이 그치지 않는 실험정신과 뛰어난 재능으로 자신의 분야에서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세계를 구축해온 이들도 있고, 천재적인 재능보다는 타인의 그늘에서 묵묵히 자신의 역할을 하며 꾸준하게 그 색채를 유지하고 있는 뮤지션들도 있다. 후자에 포함되는 이들은 대부분 메인스트림 신에서 늘 일정한 거리를 두어 왔고, 대중음악의 역사에 굵직한 선을 남기거나 후대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지는 않았지만 변치 않는 매력으로 여전히 그 이름에서 빛을 발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그 중 존 웨튼(John Wetton)은 단연 첫손에 꼽을 수 있는 아티스트다.



1. John Wetton

  존 웨튼의 목소리는 장르를 불문한 여느 보컬리스트들의 그것과 확연히 비교되는 독특한 색채를 품고 있다. 그의 음색은 가슴을 어루만져주는 부드럽고 포근한 속삭임과는 거리가 멀고, 여러 옥타브를 오르내리며 시원하게 내지르는 샤우트나 매끄럽게 다듬어져 안정감을 전해주는 탄탄한 목소리도 아니다. 굳이 분류를 하자면 브리티쉬 록 특유의 텁텁하고 때로 풋풋하기까지 한 아마추어리즘을 간직한 목소리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약간은 허스키한, 기복이 없이 늘 일정한 톤을 유지한 채 풍성한 감정을 표출하는 그의 파워풀한 목소리가 전해주는 가장 큰 매력은 그 음색에서 느껴지는 특유의 이질감이다. 그것은 흡사 지금 내가 몸담고 있는 이 세계와 아주 유사한 ‘다른 세계’에 속해 있는 듯한, 그래서 친숙한 듯하지만 낯설게 다가오는 그런 느낌이다. 덕분에 그의 목소리는 프로그레시브 록이라는 영역에 속한 음악들에 독특한 에너지를 실어주었다. 그리고 그 ‘힘’은 30여 년을 넘긴 세월의 흐름 속에서도 여전히 유효하다.

  프로그레시브 록의 역사와 함께 해온 존 웨튼의 음악 경력은 한 세대 이상을 아우르며 이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장르의 든든한 뒷받침이 되어 왔다. 그의 발자취를 좇다 보면 영국 프로그레시브 록 계의 유명한 이름들이 한없이 쏟아져 나온다. 그리고 그런 역사를 들추어보는 일은 커다란 즐거움이다. 1949년 영국 더비에서 태어난 존 웨튼은 10대 시절부터 에드워즈 핸드(Edward's Hand)와 모굴 스래쉬(Mogul Thrash) 등 언더그라운드 밴드들에서 베이시스트로 활동을 시작했다. 1971년 패밀리(Family)에 가입을 하며 본격적인 재능을 꽃피우기 시작한 그가 보컬리스트로서의 탁월한 매력을 드러내게 된 것은 로버트 프립의 발탁으로 킹 크림슨(King Crimson)에 몸담으면서부터다. 그렉 레이크(Greg Lake)의 빈 자리를 부족함 없이 메워주며 킹 크림슨의 중반기 명작들의 탄생에 커다란 역할을 한 그는 예스(Yes) 출신의 기타리스트 피터 뱅크스(Peter Banks)를 비롯하여 킹 크림슨의 보컬리스트였던 고든 해스켈(Gordon Haskell)과 역시 킹 크림슨 출신의 피터 신필드(Peter Sinfield), 록시 뮤직(Roxy Music)의 두뇌들인 브라이언 이노, 브라이언 페리(Bryan Ferry), 필 만자네라(Phil Manzanera) 등과의 작업을 통해 그 출중한 역량을 인정받았다. 1975년 록시 뮤직의 투어에 참여하기도 한 그는 얼마 후 유라이어 힙(Uriah Heep)의 러브콜을 받아 밴드의 멤버로 2장의 앨범에서 보컬과 베이스 연주를 들려주었다.

  이후 그가 구상한 첫 프로젝트는 예스, 킹 크림슨, 제너시스(Genesis) 등을 거친 드러머 빌 브루포드(Bill Bruford)와 예스의 키보드 주자 릭 웨이크먼(Rick Wakeman)과 함께 새로운 그룹을 만드는 것이었다. 이 계획은 성사되지 않았지만 빌 브루포드와 그는 1977년, 록시 뮤직의 천재 키보디스트 에디 좁슨(Eddie Jobson), 템페스트(Tempest)와 소프트 머신(Soft Machine), 공(Gong) 등을 거친 탁월한 기타리스트 앨런 홀즈워스(Allan Holdsworth)와 함께 슈퍼 그룹 UK를 결성하기에 이른다. UK의 멋진 두 작품들에서 그는 잊을 수 없는 마력과도 같은 힘이 담긴 목소리를 들려주었다. 하지만 그의 왕성한 에너지는 한 곳에 머무르지 않고 다채로운 활동으로 이어진다. UK 해체 이후 곧바로 필 만자네라, 피터 신필드, 배드 컴퍼니(Bad Company)의 드러머 사이먼 커크(Simon Kirke), 제스로 툴(Jethro Tull)의 기타리스트 마틴 바(Martin Barre) 등과 함께 완성한 솔로 데뷔작 [Caught In The Crossfire](1980)를 발표한 그는 아시아(Asia)가 결성되기까지 옛 패밀리의 동료였던 로저 채프먼(Roger Chapman), 그리고 위시본 애쉬(Wishbone Ash) 등의 앨범에 참여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지속하고 있었다.

  존 웨튼 최고의 전성기는 이제 시작되고 있었다. 예스의 기타리스트 스티브 하우(Steve Howe), 에머슨 레이크 앤 파머(Emerson Lake & Palmer)의 드러머 칼 파머(Carl Palmer), 그리고 버글스(Buggles)와 예스를 거친 탁월한 키보드 주자 제프리 다운스(Geoffrey Downes)로 구성된 슈퍼 그룹 아시아에서의 활동을 통해 존 웨튼의 역량은 유감없이 발휘되었다. 1982년에 발표된 데뷔작 [Asia]는 80년대 대중음악계 최고의 걸작 중 하나로 꼽히기에 부족함이 없는 작품으로, 각 멤버들의 뛰어난 연주력의 조화와 수려한 멜로디, 멋진 사운드 프로덕션 등 음악적 완성도는 물론 빌보드 팝 앨범 차트 1위를 기록하는 등 대중적인 성공까지 거머쥐는 성과를 거두게 된다. 이어 발표된 두 번째 앨범 [Alpha] 역시 전작의 연장선상에서 밴드의 무르익은 음악적 재능이 화려하게 꽃을 피운 작품이었다(이 앨범은 빌보드 팝 앨범 차트 6위를 기록했다). 잠시 밴드를 떠났던 그는 곧 다시 아시아와 합류하여 여러 장의 앨범을 발표하지만, 아쉽게도 그들은 초기 2장의 앨범이 거두었던 음악적 성과와 상업적 성공을 두 번 다시 맛보지 못했다.

  이후 필 만자네라와 의기투합한 그는 프로젝트 앨범 [Wetton/Manzanera](1987)를 비롯하여 필 만자네라의 솔로 앨범들에 참여하게 된다. 1991년 존 웨튼의 두 번째 솔로 앨범 [Jacknife]가 발표됐지만 이렇다 할 주목을 받지 못했고, 90년대 중반까지 그는 뚜렷이 내세울 만한 활동을 펼치지도 않았다. 세 번째 솔로 앨범 [Voice Mail](1994) 이후에야 그의 왕성한 에너지는 다시금 팬들의 가슴에 새로운 흔적을 남기기 시작했다. 90년대 말까지 그는 스튜디오 앨범 [Battle Lines](1995)와 [Arkangel](1999)을 비롯한 여러 장의 라이브 앨범들의 발표, 킹 크림슨 출신의 바이올린 연주자 데이빗 크로스(David Cross)와 제너시스 출신의 기타리스트 스티브 해킷(Steve Hackett), 킹 크림슨, 포리너(Foreigner)를 거친 키보드 주자 이안 맥도널드(Ian McDonald)의 솔로 앨범 참여 등의 활동을 이어갔다.

  존 웨튼의 2000년은 칼 파머와 함께 결성한 프로젝트 캉고(Qango)와 함께 시작되었다. 하지만 이 프로젝트는 단 한 장의 앨범 [Live In The Hood]만을 남기고 해체되고 말았다. 그의 본격적인 뉴 밀레니엄은 제프 다운스와 함께 한 일련의 작업들과 더불어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02년 존 웨튼의 팬 미팅이 펼쳐진 무대에 함께 선 제프 다운스는 이듬해에 발표된 존 웨튼의 솔로 앨범 [Rock Of Faith](2003)에 참여하며 이후 이들 최고의 프로젝트 아이콘(Icon)을 위한 전초(前哨)로서의 활동을 해왔다. 숱한 팬들로부터 찬사를 받은 앨범 [Icon](2005)을 통해 전성 시절의 에너지를 고스란히 되살려낸 그들은 보다 짙은 감성과 뛰어난 음악적 역량으로 무장된 두 번째 작품 [Icon II: Rubicon](2006)으로 팬들의 꿈이었던 ‘아시아의 재림(再臨)’을 실현해내기에 이른다.



2. Geoffrey Downes

  키보드 주자 제프리 다운스는 80년대 최고의 프로듀서 중 한 명으로 꼽히는 트레버 혼(Trevor Horn)과 함께 결성했던 그룹 버글스를 통해 대중들에게 알려진 인물이다. 1979년 세계적인 히트를 기록한 싱글 ‘Video Killed The Radio Star’(MTV에서 방영된 최초의 비디오 클립)로 그의 이름은 대중음악의 역사에 커다란 일점을 기록하게 되었다. 아직 버글스에 몸담고 있던 시기에, 존 앤더슨(Jon Anderson)과 릭 웨이크먼이 빠져나간 예스에 가입하게 된 제프 다운스와 트레버 혼은 예스의 멋진 앨범 [Drama](1980)를 통해 자신들의 역량을 과시했다. 물론 존 앤더슨이 없는 예스에 대한 회의론이 지배적이었던 탓에 밴드는 분열될 수밖에 없었지만, 결과적으로 이는 제프 다운스의 보다 더 큰 도약을 위한 계기가 된다. 슈퍼 그룹 아시아의 핵심 역량으로서 그는, 아시아의 색채를 결정짓게 하는 데 가장 큰 역할을 하게 된다. 결국 빈번한 멤버 교체의 와중에서도 그는 끝까지 아시아를 떠나지 않고 밴드를 지키며 20년 이상의 세월을 버텨왔다. 물론 중간에 공백기가 있었고 간간이 발표된 앨범들은 80년대의 역동적인 수작들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작품들이기는 했지만, 밴드의 존속은 제프 다운스의 열정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2005년, 존 웨튼과 아이콘을 결성하여 앨범 발표와 투어를 행한 그는 특별한 해로 기록될 2006년을 보내게 된다. 스티브 하우와 존 웨튼, 칼 파머의 오리지널 아시아 멤버들이 다시 모이게 된 것이다. 아시아 결성 25주년을 기념하기 위한 월드 투어를 위해 새로이 뭉친 이들은 미국과 영국 투어를 통해 전 세계의 수많은 아시아 팬들을 열광시켰고, 그들의 공연 모습이 유튜브(YouTube)를 통해 공개되며 많은 이들에게 깊은 감동을 전해주기도 했다. (재결성 아시아가 들려주었던 킹 크림슨의 명곡 ‘21st Century Schizoid Man’의 연주 모습은 그야말로 가슴 벅찬 감동이었다.)

  영원한 ‘아시아 맨’ 제프 다운스가 자신의 열정을 쏟아 부은 프로젝트가 바로 아이콘이다. 아시아의 역사와 세월을 같이 한 오랜 파트너 존 웨튼과 함께 펼쳐 보인 아이콘을 통해 이들은 초기 아시아 이후 최고의 음악적 성과를 거두어내는 데 성공했다. 키보드 연주자로서의 제프 다운스의 재능은 앨범 [Icon]을 통해 확연히 드러난다. 그리고 전작을 넘어선 그의 모든 역량이 집결된 작품이 바로 [Icon II: Rubicon]이다.

3. Icon II: Rubicon

  존 웨튼과 제프 다운스는 전작 [Icon]에서 함께 했던, 90년대 최고의 네오 프로그레시브 록 밴드 중 하나인 아레나(Arena) 출신의 기타리스트 존 미첼(John Mitchell)과 역시 네오 프로그레시브 록 그룹 제이디스(Jadis) 출신의 드러머 스티브 크리스티(Steve Christey)를 기본 라인업으로 하여 새 앨범을 완성했다. 앨범의 타이틀은 기원전 49년 로마제국의 역사에 신기원을 이룬 사건인 카이사르의 ‘루비콘강 도하(渡河)’(강을 건너기 전 그가 했다고 전해지는 “주사위는 던져졌다(Iacta alea est; The die is cast)”라는 말은 이후 숱하게 인용되어 왔다)로 유명한 이탈리아 북동부의 루비콘강을 뜻한다. 존 웨튼과 제프 다운스가 최근 처하고 헤쳐 온 여러 상황들을 통해 카이사르의 ‘루비콘강’과 관련된 역사적 사건을 떠올린 그들은 자신들의 경험을 투영하는 타이틀로 ‘Rubicon’이라는 단어를 선택하게 되었다. 사실 아이콘의 첫 작품이 좋은 반응을 얻었던 탓에, 많은 이들이 소포모어 징크스(sophomore jinx)를 우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웨튼과 다운스는 여러 측면에서 기존의 틀을 벗어 던지고 놀라운 성과를 이루어냈다. 이 앨범 [Rubicon]은 아시아의 초기작 이래 존 웨튼과 제프 다운스가 관여한 여러 작품들 중 최고로 손꼽기에 부족함이 없다. 이 앨범에 담긴 존 웨튼의 목소리는 거스를 수 없는 시간의 무게를 가볍게 초월하고 있으며, 제프 다운스의 수려한 키보드 연주와 탁월한 멜로디 라인은 한없이 아름답다.

  아무런 정보 없이 앨범의 몇몇 곡들을 듣는다면 ‘전성기 아시아의 사운드’라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들 것이다. 하지만 이 앨범을 아시아의 향취만으로 가득 차 있는, 지난 시절을 추억하는 이들을 위한 작품으로 오해할 필요는 없다. 웨튼과 다운스는 자신들이 가진 모든 역량의 최대치를 이끌어내, 그들이 각기 또는 다른 이들과 함께 했던 지난날의 작업에서 표출되지 않았던 미학적 아름다움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킴으로써 하나의 장르 또는 스타일에 얽매이지 않은 작품을 완성해냈다. 전형적인 아시아 스타일의 록 사운드는 물론이거니와 네오 프로그레시브 록, AOR, 팝 록 등 어느 하나의 장르로 귀결될 수 없는 다채로움이 여기에는 담겨 있다. 이들은 이 앨범을 통해 아시아의 역동적인 에너지와 수려한 선율을 기본으로, 적재적소에 배치된 현악 및 코러스, 각 멤버들과 게스트 뮤지션의 멋진 연주들의 적절한 조화를 이루며 최고의 시너지를 창출해낸 것이다.

  루비콘강을 건너기 전 카이사르가 했던 유명한 말을 제목으로 사용한 첫 곡 ‘The Die Is Cast’나 아시아 스타일의 친숙한 연주가 펼쳐지는 ‘Finger On The Trigger’를 들어보면 웨튼과 다운스 콤비의 뛰어난 역량의 조화가 그 정점에 이르러 있음을 알 수 있다. 이 두 곡에서 드러나는 과용되지 않고 깔끔히 정제된 에너지의 흐름은 앨범 전체를 관통하며 일관된 분위기를 이루고 있다. 각 악기들의 조화로운 편성과 역동적이면서도 어느 한 부분 ‘오버’하지 않는 매끄러운 편곡이 각각의 곡들을 빛내준다. 전작에 이어 이 앨범에도 참여한, 일렉트릭 라이트 오케스트라(Electric Light Orchestra) 출신의 첼리스트 휴 맥도웰(Hugh McDowell)의 아름다운 첼로 연주가 적소에 배치되어 감흥을 더해줌은 물론이다. 뛰어난 주 멜로디 라인과 서정적인 키보드와 첼로의 선율, 웅장한 키보드 연주와 더불어 등장하는 화려한 코러스 등이 인상적인 전형적인 아시아 스타일의 발라드 ‘Reflections (Of My Life)’도 반복해 듣게 되는 멋진 곡이다.

  전작에서 르네상스(Renaissance)의 히로인 애니 해슬럼(Annie Haslam)을 초대하여 ‘In The End’라는 곡을 완성했던 이들은 이 앨범에서도 여성 보컬리스트를 게스트로 맞이했다. 알프레드 히치콕(Alfred Hitchcock)의 1955년 영화에서 차용한 제목이 인상적인, 앨범에서 가장 비장한 아름다움을 담고 있는 서사적인 분위기의 발라드 ‘To Catch A Thief’와, 15세의 미국인 소녀 바이올리니스트 케이티 제이코비(Katie Jacoby)의 구슬픈 바이올린 연주가 포함된 ‘Tears Of Joy’에 참여하여 천상의 목소리를 들려준 인물은 네덜란드의 고딕 메탈 밴드 개더링(Gathering)의 보컬리스트인 아네케 반 기어스베르겐(Anneke Van Giersbergen)이다. 특히 ‘To Catch A Thief’에서 그녀의 맑고 순수한 목소리는 더없이 매력적이며, 존 웨튼과의 멋진 하모니는 색다른 카타르시스를 선사해준다. 우울한 감성으로 가득한 ‘Tears Of Joy’와 전통 켈트음악의 선율을 차용한 ‘Shannon’은 앨범에서 가장 독특한 색채를 표출하는 곡들이라 할 수 있다.

  ‘The Hanging Tree’는 늘어지는 구성과 취약한 멜로디 라인 등 여러 면에서 다소 아쉬움이 남는 작품이다. 이어지는 발라드 ‘The Glory Of Winning’은 피터 신필드 이후 킹 크림슨의 초현실적인 가사를 담당했던 리처드 파머 제임스(Richard Palmer-James)가 작사에 참여한 곡으로, 화려한 오케스트레이션과 코러스의 조화를 통해 시종일관 웅장한 분위기를 유지하고 있다. 존 미첼의 기타 솔로나 제프 다운스의 키보드 연주 또한 작품의 매력을 높여준다. 또 하나의 멋진 곡 ‘Whirlpool’은 서정적인 피아노와 현란한 키보드 연주, 80년대 이후 네오 프로그레시브 록 그룹들이 들려주었던 스타일의 심포닉 사운드, 반복해 들을수록 매혹적으로 감성을 끌어당기는 화려한 편곡 등, 전성기 아시아 사운드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감동을 주는 요소들로 가득 차 있는 작품이다.

  존 웨튼과 제프 다운스가 행해온 오랜 음악 활동에 대해 애정 어린 시선을 지니고 있는 이라면 6분여의 대곡 ‘Rubicon’에 끌리지 않을 이유가 없다. 부드러운 현악과 건반으로 시작되는 인트로에서부터 심상치 않은 기운을 내비치는 이 곡은 앨범의 대표곡으로 내세울 정도는 아니지만 앨범을 끝맺는 작품으로 손색이 없을 정도의 매력을 지닌다. 그다지 드라마틱하지 않은 구성과 멜로디의 취약함이라는 단점에도 불구하고 이 곡이 매력적인 이유는 화려하고 장엄한 분위기를 담은 코러스 라인 때문이다. 보너스 트랙으로 수록된 평범한 곡 ‘The Harbour Wall’은 말 그대로 ‘보너스’라 생각하는 것이 편할 터이다.

  앨범을 여러 차례 반복해 들을수록 각 곡들이 내뿜는 향취가 짙어지고 음(音)들 하나하나가 살아 꿈틀대며 가슴속을 휘젓는 듯한 신비로운 경험을 하게 된다. 탁월한 걸작이라기보다는, 기존의 아시아 음악을 사랑하는, 그리고 존 웨튼과 제프 다운스라는 두 노장의 재능에 여전히 공감하는 이들에게는 커다란 만족을 줄 수 있는 뛰어난 앨범이다.

2007. 1. 11. 글/김경진



 1.  
 여전히 세련된 그 느낌
관록의 역사가 말해주는 능수능란하고 자유자재의 음악 주무르기
맛깔스러운 딱 거기까지의 느낌을 정확히 집어내는 전문가의 손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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