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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LIND GUARDIAN

  
 아티스트 : BLIND GUARDIAN
 타이틀 : At The Edge Of Time
 장   르 : Metal
 트랙리스트CD 1
01. Sacred Worlds
02. Tanelorn (Into The Void)
03. Road Of No Release
04. Ride Into Obsession
05. Curse My Name
06. Valkyries
07. Control The Divine
08. War Of The Thrones (Piano)
09. A Voice In The Dark
10. Wheel Of Time

CD 2
01. Sacred Worlds (Extend “Sacred” Version)
02. Wheel Of Time (Orchestral Version)
03. You’re The Voice (Radio Edit)
04. Tanelorn (Into The Void) (Demo Version)
05. Curse My Name (Demo Version)
06. A Voice In The Dark (Demo Version)
07. Sacred (Video Clip) + 08. Studio Documentary

 음반소개 : 문학과 메탈의 탁월한 만남:
밴드의 모든 매력이 집약된 걸작

BLIND GUARDIAN - At The Edge Of Time


1. And Then There Was Silence



1990년대에 들어서며 록 음악계는 전에 없던 새로운 물결로 넘쳐났다. 80년대의 록 신을 주름잡았던 헤비메탈은 어느덧 개라지 록과 사이키델릭, 펑크 등 옛 음악에 뿌리를 둔 얼터너티브 록에 그 자리를 내주었고, 일렉트로니카를 포함한 다양한 장르와 크로스오버를 이룬 여러 스타일이 열광을 얻었다. 급속한 정보통신 기술의 발전으로 인한 신 문화의 등장과 생활 패턴의 변화는 음악 신에도 큰 영향을 미쳤고 ‘고지식한 음악’과도 같았던 헤비메탈은 어느덧 천덕꾸러기가 되어버리며 메인스트림 장르의 자양분이 되어 ‘얼터너티브 메탈’이나 ‘뉴메탈’ 등으로 탈바꿈했다. 하지만 정통 메탈의 계보는 메이저 신에 있지 않았다. 스래쉬 메탈에서 파생된 여러 하위 장르를 중심으로, 특히 유럽을 주축으로 번성하게 된 헤비메탈은 영/미의 트렌드와 무관한 마이너리티의 음악으로 자리하게 된다.



헤비메탈의 여러 하위 장르들 중 80년대 후반부터 본격적인 호응을 얻으며 다양한 모습으로 강한 생명력을 표출해오고 있는 음악은 ‘파워 메탈’이다. 스래쉬 메탈의 강한 리프와 스피드 메탈의 내달리는 드럼과 기타 속주, 그리고 빼어난 멜로디와 거침없는 샤우트로 특징되는 파워 메탈 또는 ‘멜로딕 메탈’은 독일을 비롯한 유럽 여러 나라들의 헤비메탈 시장을 뜨겁게 달구었고, ‘심포닉 메탈’이나 ‘프로그레시브 메탈’의 경계를 넘나들며 장르의 영역을 확장했다. 장르의 본격적인 시작을 이룬 헬로윈(Helloween)과 감마 레이(Gamma Ray)를 비롯하여 레이지(Rage), 블라인드 가디언(Blind Guardian), 스트라토바리우스(Stratovarius), 소나타 악티카(Sonata Arctica), 랩소디 오브 파이어(Rhapsody Of Fire), 로열 헌트(Royal Hunt), 헤븐리(Heavenly), 앙그라(Angra) 등, 독일과 핀란드, 이탈리아, 덴마크, 프랑스, 브라질 등의 여러 나라에서 헤아릴 수 없는 밴드들이 등장했고, 장르는 지금까지 꾸준히 진화하고 있다.



이들은 빌보드를 위시한 주류 대중음악 신과 거리를 두고 있었지만, 일시적인 주목을 받고는 2000년대에 들어서며 자연스럽게 소멸되다시피 한 뉴메탈, 그리고 단명한 숱한 밴드들과 달리 확고한 정체성을 바탕으로 차분한 진보를 이루며 오랜 기간 동안 활동을 펼쳐왔다. 물론 이들이 들려주는 메탈 사운드는 여전히 대중적인 요소와는 거리가 멀고 그 태생적 한계 덕분에 오지 오스본(Ozzy Osbourne)이나 아이언 메이든(Iron Maiden), AC/DC 등과 같은 주목을 받을 수 없었다. 그러나 정통 메탈과는 또 다른 향취와 특유의 정서로 유럽과 남미, 일본 등을 중심으로 끊임없이 (크지 않으나 의미 있는 수준의) 사랑을 받을 수 있었다. 이는 세월의 흐름에 의해 퇴색되지 않는 여전한 에너지와 사운드 자체의 견고함과 오랜 활동을 통해 자연스럽게 배어 나오는 원숙한 매력 탓일 게다. 이 앨범의 주인공 블라인드 가디언 역시 마찬가지다.



2. Guardian of the Blind



블라인드 가디언의 역사는 1984년 독일 서부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 주의 작은 도시 크레펠트에서 결성된 4인조 밴드 루시퍼스 헤리티지(Lucifer’s Heritage)로부터 시작된다. 보컬리스트이자 베이시스트인 한지 퀴르쉬(Hansi Kürsch; 1966년 8월 10일 생)와 리드 기타리스트 앙드레 올브리히(André Olbrich; 1967년 5월 3일 생), 리듬 기타리스트 마르쿠스 되르크(Markus Dörk), 그리고 드러머 토마스 슈타우흐(Thomas “Thomen” Stauch; 1970년 3월 11일 생)의 라인업으로 활동을 시작한 밴드는 두 장의 데모 ‘Symphonies Of Doom’(1985)과 ‘Battalions Of Fear’(1986)를 발표했다. 이들은 1987년 ‘노 리모스(No Remorse)’ 레코드와 계약을 체결했고 미국의 파워/프로그레시브 메탈 밴드 페이츠 워닝(Fates Warning)의 앨범 [Awaken The Guardian](1986)에서 영감을 얻어 ‘블라인드 가디언’으로 이름을 바꾸고 새로운 리듬 기타리스트 마르쿠스 지펜(Marcus Siepen)을 영입한다. 레코드샵에서 자신들의 데모가 블랙 메탈 앨범들 사이에 전시되어 있는 모습을 본 밴드는 이름에서 연상되는 ‘악마주의’의 이미지를 피하고자 밴드명을 바꾸게 되었다고 밝힌 바 있다. 1988년에 발표된, 프로듀서 칼레 트랍(Kalle Trapp)과 함께 완성한 데뷔 앨범 [Battalions Of Fear]는 아이언 메이든과 헬로윈으로부터의 강한 영향을 드러내는 스피드 메탈 사운드로 가득 차 있었다. 보다 강력해진 두 번째 앨범 [Follow The Blind](1989)에는 헬로윈의 카이 한센(Kai Hansen)이 참여하기도 했다.



블라인드 가디언의 고유한 특징으로 자리하게 되는, 오케스트레이션과 코러스를 포함한 서사적이고 화려하며 역동적인 사운드는 세 번째 앨범 [Tales From The Twilight World](1990)에서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이들의 역량은 확고한 팬덤을 만들어내기에 충분했고, 밴드는 1991년 ‘버진(Virgin)’ 레코드와 계약을 체결하게 된다. 메이저 레이블의 보다 탄탄한 홍보에 힘입어 13만 장의 판매고와 독일 차트 40위를 기록한 [Somewhere Far Beyond](1992)는 밴드 최초의 상업적 성공작이다. 다른 여러 밴드들이 그러했듯 블라인드 가디언 역시 일본에서 많은 사랑을 받았다. 1992년 12월에 있었던 도쿄 후생연금회관과 NHK 홀에서 가졌던 멋진 공연 실황은 이듬해 3월 [Tokyo Tales](1993)라는 라이브 앨범의 탄생을 이루었다. 이후 덴마크에서 메탈리카(Metallica)의 프로듀서로 유명한 플레밍 라스무센(Flemming Rasmussen)과 작업을 시작한 밴드는 [Imaginations From The Other Side](1995)를 통해 음악적으로 성숙한 모습을 보였다. ‘Mr. Sandman’이나 ‘Surfin’ USA’, ‘Barbara Ann’ 등 고전의 멋진 해석과 밴드 작품들의 다양한 어쿠스틱, 오케스트라 버전을 담은 [The Forgotten Tales](1996)는 밴드의 뛰어난 재능을 다시 한번 드러낸 앨범이었다.



1998년에 발표된 여섯 번째 정규 스튜디오 앨범 [Nightfall In Middle-Earth]는, 좀 과장해서 표현하자면, 블라인드 가디언 사운드의 과거와 미래가 고스란히 담겨 있으며 이들 정체성의 뿌리에 무엇이 자리하고 있는지 명확하게 보여준 걸작이다. 이 앨범은 두 말이 필요 없는 판타지 작가 J.R.R. 톨킨(John Ronald Reuel Tolkien)이 창조해낸 방대한 우주와 신화와 세계관이 담긴 작품 ‘실마릴리온(The Silmarillion)’의 내용을 바탕으로 한지 퀴르쉬의 ‘톨킨 사랑’이 극대화되어 표출된 컨셉트 앨범이다. 멜로디와 파워, 스피드 등 장르의 기본 요소 위로 오케스트라와 합창, 민속적 리듬이 요소요소에 적절히 어우러지며 어느 누구와도 차별을 이루는 블라인드 가디언만의 색채와 향취가 펼쳐진다. 한지는 보컬에 집중하기 위해 베이스를 놓았고, 세션 베이시스트 올리버 홀츠바르트(Oliver Holzwarth)가 참여하여 이후 밴드의 세션 멤버로 연주를 들려주게 된다.



이 앨범은 미국에서도 발매되어 블라인드 가디언의 이름을 더욱 널리 알리는 데 큰 역할을 했으며, 밴드는 유럽을 벗어나 멕시코와 브라질, 아르헨티나 등 중남미 투어까지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었다. 이후 미국으로 건너간 한지는 아이스트 어스(Iced Earth)의 기타리스트인 존 섀퍼(Jon Schaffer)와 함께 프로젝트 그룹 디몬스 앤 위자즈(Demons & Wizards)를 결성한다. 2000년, 이들의 데뷔 앨범 [Demons & Wizards]가 발매되었고 유럽 투어가 이어졌다. 일곱 번째 앨범 작업에 들어간 밴드는 헬로윈, 감마 레이 등과의 작업으로 잘 알려진 프로듀서 찰리 바우어파인트(Charlie Bauerfeind)와 손잡고 17개월에 걸쳐 [A Night At The Opera](2002)를 완성했다. 보다 파워풀하고 프로그레시브한 요소가 강하게 담긴 이 앨범은 빌보드 인디펜던트 앨범 차트 37위를 기록하는 성과를 거두었고, 2003년에는 월드 투어의 결과물을 담은 더블 라이브 앨범 [Live]를, 이듬해에는 독일 코부르크에서 개최되었던 오픈 에어(Open Air) 페스티벌 실황을 담은 DVD [Imaginations Through The Looking Glass]를 발표하여 팬들을 즐겁게 했다.



2005년 초, 밴드는 메탈의 명가 ‘뉴클리어 블래스트(Nuclear Blast)’와 계약을 체결했다. 이 즈음 20년 간 고락을 함께 했던 드러머 토마스 슈타우흐가 밴드를 떠나고 프레데릭 엠케(Frederik Ehmke; 1978년 6월 21일 생)가 새로이 자리하게 되었다. 2006년 가을, 보다 안정되고 성숙한 사운드로 가득한, 독일 차트 4위와 빌보드 인디 앨범 차트 21위를 비롯하여 유럽 여러 나라들과 일본에서 좋은 반응을 얻었던 [A Twist In The Myth]가 등장했다. 2008년에는 RPG 게임 ‘Sacred 2: Fallen Angel’을 위한 곡을 담당하기도 했다. 그리고 2010년 7월, 4년 만에 발표된 블라인드 가디언의 아홉 번째 정규 앨범은 그야말로 밴드의 모든 재능이 집약된 탁월한 작품이라 할 만하다.



3. The Bard’s Song



블라인드 가디언의 음악은 장르 내의 다른 밴드들과 비교할 때 확연히 구분 되는 특징을 지니고 있다. 이들 사운드의 바탕에 자리한 ‘저먼 메탈’의 향취는 여러 독창적인 요소들 탓에 때로 묘한 떨림을 이루며 장르의 영역에서 꽤나 동떨어진 채 아련한 안개와 같은 기운을 내뿜는 듯하다. 전형적인 독일의 파워 메탈과 스피드 메탈 또는 멜로딕 메탈의 테두리 안에서 블라인드 가디언이라는 이름이 가지는 위상은 헬로윈이나 감마 레이에 버금갈 정도지만, 이들이 표출하는 강렬한 사운드에는 고착화된 스타일만으로 표현할 수 없는 마치 워터마크와도 같은 짙은 흔적이 담겨 있다. 그 정체는 무엇일까? 트윈 기타가 이루어내는 풍성한 사운드와 강렬한 리프, 다이내믹하게 내달리는 리듬 라인은 여느 파워 메탈 밴드들과 크게 다르지 않은 듯하다. 하지만 조금만 더 들어보면 확실히 다르다. 헬로윈에서 가지치기를 시작한 장르의 가장 큰 특징을 이루는 요소는 ‘물 흐르는 듯한’ 수려한 멜로디와 마이클 키스케(Michael Kiske)의 그것과 유사한 깨끗한 고음의 샤우트 아니던가. 그런데 블라인드 가디언의 음악은 애초부터 (초기 작품들에서의 연주를 제외하면) 다른 색채를 드러내고 있었다.



이에 가장 큰 역할을 하는 것은 한지 퀴르쉬의 목소리다. 독일어 특유의 억양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딱딱 끊어 내리는 듯한 발음과 남성적 에너지로 가득한 힘 있는 외침은 그와 비슷한 예를 찾을 수 없을 정도로 독특하다. 그것은 야수의 외침과도 같은 수성(獸性) 가득한 그라울링이나 창공을 가르는 듯한 날카로운 샤우팅 또는 그 짙은 감성에 반하게 되는 블루지한 읊조림 등과 차원을 달리하는 이국적 감흥이다. 왠지 모를 위화감으로 인해 감정이입이 쉽지 않은 그의 목소리는 군가에 어울릴 것만 같은 힘과 절도로 가득 차 있어 마치 프로파간다에 어울릴 것만 같다. 그러한 목소리의 프론트맨은 아무래도 밴드의 근본적인 사운드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게다가 이들의 곡 전개 패턴은 매끄럽지 않고 어디로 툭툭 튀어갈지 알 수 없는 진행을 보인다. 스타카토 기타를 비롯하여 템포와 조의 잦은 변화와 예측하기 어려운 강약의 완급조절 등이 처음에는 마치 맞지 않는 옷을 입은 듯 꽤나 어색하게 느껴지지만 어느 순간 그것은 짜릿한 감흥으로 변해 카타르시스를 전해준다.



민속음악에서 차용한 선율의 도입이나 70년대 초반의 포크 록 그룹들이 행했던 시도의 재현, 그리고 풍성한 오케스트라와 코러스, 다양한 관악기, 현악기의 사용은 블라인드 가디언 사운드의 또 다른 특징을 이룬다. 한지 퀴르쉬와 앙드레 올브리히가 주도하는 이러한 사운드의 양상은 중세의 어둠과 톨킨을 위시한 다채로운 판타지를 담은 노랫말을 적절히 표현해내기 위한 수단의 의미를 지닌다. 이들의 음악은 ‘이계(異界)의 황혼’과도 같다. 우리가 몸 담고 있는 세계(현실)에서 살짝 벗어나 있는, 우리에게 친숙한 시간과 공간이 아닌 다른 세계의 경계 언저리에 자리한 듯한 음악. 그래서 표현을 위한 영역의 범위가 점차 넓어지고 보다 서사적인 스토리텔링과 그에 걸맞은 웅장한 사운드의 표출은 필연적일 수밖에 없다. 블라인드 가디언의 음악은 단순히 파워 메탈이나 스피드 메탈에 한정되어 있지 않고 확장성의 여지를 내포한 프로그레시브 메탈에까지 닿아 있다. (때로 퀸(Queen)의 영향이 언급되기도 한다.) 2000년대에 들어 그러한 경향은 더욱 강해졌고, 새 앨범에서 밴드가 지닌 모든 가능성과 재능과 역량은 화려하게 꽃을 피웠다.



4. At The Edge Of Time



매 앨범의 작업 때마다 스스로 새로운 수준으로의 도약을 생각한다는 밴드의 애초 계획은 본격적인 오케스트라와의 협연 작품이었다. 하지만 한지 퀴르쉬는 ‘풀 오케스트라 앨범’에 대한 계획을 약간 수정하여 정규 앨범으로 방향을 바꾸었다. 앨범의 타이틀이나 멋진 커버 아트워크(콜롬비아의 아티스트 펠리페 마차도 프랑코(Felipe Machado Franco)의 작품)만큼이나 인상적인 음악에는 더욱 더 진보한 풍성하고 화려하고 역동적인 에너지가 담겨 있으며 말 그대로 블라인드 가디언 사운드의 정수라 할만한 요소들이 다양하게 모습을 바꾸어 펼쳐진다. 그 중심에서 전면에 드러나는 요소는 화려한 오케스트레이션과 코러스다. 여러 곡들을 가득 채우는 현악 오케스트레이션이나 다층적으로 사용된 합창/코러스의 효과는 서정적 감성이 아닌 파워풀하고 역동적인 에너지의 격렬한 분출에 섬세함을 더한, 날카로운 긴장감과 불안한 어둠의 표출인 듯하다.



한지 퀴르쉬의 표현력 풍부한 목소리는 변함없이 힘차고 남성적인 매력으로 가득하지만, 동시에 밴드의 트레이드마크라 할 수 있는 판타지 세계의 주인으로서 왠지 가 닿을 수 없는 듯한 강렬한 이국적 향취를 뿜어내고 있다. 여전한 위화감. 이 묘한 감흥의 정체는 톨킨의 피조물들 중 하나의 외침이라 상상해도 어색하지 않은, 들을수록 알 수 없는 차원으로 빨려 들어갈 듯한 한지의 목소리다. 이를 바탕으로 더욱 치밀해진 연주와 탄탄한 작곡과 풍성하고 세련된 편곡이 뒤따르며 각 곡들의 완성도를 높여준다. 이 앨범은 하나의 주제로 엮어낸 컨셉트 앨범은 아니지만 한지의 문학적 취향이 고스란히 담겨 있어, 대부분의 곡들은 각각 유명 판타지/SF 작가들의 작품들에서 얻은 영감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우리가 발 딛고 서있는 ‘땅’이라는 공간적 제약에서 벗어나 상상에 제한을 두지 않은 다양한 측면의 ‘시간’의 세계가 밴드에 의해 노래되고 연주된다.



9분이 넘는 러닝타임을 지닌 ‘Sacred Worlds’는 화려한 오케스트레이션과 코러스의 홍수를 이루며 앨범의 성격을 명확히 드러내는 동시에 밴드의 진화한 모습을 단숨에 보여주는 멋진 작품으로, 비디오 게임 ‘Sacred 2’를 위해 만들어진 곡 ‘Sacred’에 새로운 오케스트라 연주를 포함하여 편집한 곡이다. 초기 블라인드 가디언 스타일을 기본으로 특유의 파워풀하고 역동적인 사운드로 전개되는 ‘Tanelorn (Into The Void)’은 1960년대 SF계의 ‘새로운 물결’ 운동의 중심에 자리했던 영국의 작가 마이클 무어코크(Michael Moorcock)의 소설 ‘영원한 챔피언(Eternal Champion)’ 시리즈에 등장하는 도시 타넬론을 노래한 작품이다. 애니메이션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던 ‘마지막 유니콘(The Last Unicorn)’의 원작자인 미국의 판타지 작가이자 극작가 피터 소여 비글(Peter Soyer Beagle)의 ‘여관 주인의 노래(The Innkeeper’s Song)’에 바탕을 둔 ‘Road Of No Release’는 귀에 쏙 들어오는 웅장한 코러스가 인상적인 작품이다.



‘Ride Into Obsession’을 가득 채우는 지독한 속주와 거침없는 리듬에 실리는 강렬한 에너지의 뿌리에는 미국의 판타지 작가 로버트 조던(Robert Jordan)의 유명한 시리즈인 ‘시간의 바퀴(The Wheel Of Time)’가 자리한다. 이 곡에서 한지는 소설의 주요 캐릭터인 부활한 드래곤과 어둠의 제왕 바알자몬에 대해 노래한다. 중세 풍의 아름다운 어쿠스틱 기타 연주와 현악, 플루트 편곡이 돋보이는 포크 성향의 발라드 ‘Curse My Name’은, ‘실락원(Paradise Lost)’으로 유명한 영국의 시인 존 밀턴(John Milton)의 공화제 옹호서(書) ‘왕과 위정자의 재임(The Tenure Of Kings And Magistrates)’에서 얻은 영감을 노래한 곡이다. 북유럽 신화에 등장하는, 최고신 오딘(Odin)을 섬기는 전사자들을 고르는 여인들인 발키리를 노래한 ‘Valkyries’는 블라인드 가디언의 기존 스타일보다는 프로그레시브 메탈에 가까운 사운드를 담고 있다. ‘Control The Divine’은 다른 천사들을 자신의 편으로 만들려 하고 자신의 행위와 이상을 정당화하려는 루시퍼(Lucifer)의 몰락을 노래한 파워풀한 곡으로, 밀턴의 ‘실락원’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미국의 SF/호러 작가인 조지 레이먼드 리처드 마틴(George Raymond Richard Martin)의 판타지 시리즈 ‘얼음과 불의 노래(A Song Of Ice And Fire)’를 바탕으로 한 ‘War Of The Thrones’는 잔잔한 피아노 연주와 더불어 어두운 감성을 표출한 또 하나의 블라인드 가디언 식 발라드다. 멋진 코러스와 헤비한 기타 리프 등 초기 밴드 스타일로 파워풀하게 내달리는 ‘A Voice In The Dark’는 ‘얼음과 불의 노래’의 주요 등장인물인 브랜 스타크(Bran Stark)를 노래하는 작품으로, 앨범에서 첫 싱글로 커트 된 곡이다. 드라마틱하고 다양한 전개와 탁월한 오케스트레이션, 코러스 등과 더불어 대미를 장식하는 뛰어난 대곡 ‘Wheel Of Time’은 ‘Ride Into Obsession’과 마찬가지로 ‘시간의 바퀴’ 시리즈에서 얻은 영감을 바탕으로 하는데, 길고 짙은 여운을 남기는 매력적인 작품이다.



2010.08.10. 글/김경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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